수련 2 / 이승희
현대사주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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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련 2 / 이승희
- 꽃에게
너무 멀리 있다.
오늘 아침 당신의 안부를 들었다.
물소리가 섞여
반쯤은 젖어 있거나
몇 개의 글씨가 파랗게 번져버린 편지
당신은 왜 꼭 번져버린 그 글자마다에 들어 있는지
여전히 난 당신을 읽어낼 수 없다
때로 당신은
물에 젖은 흰빛으로 내게 온다
해질녘이었는지
달빛이었는지 수면엔 온통
흰빛의 무리로 연못 전체가 꽃 핀 듯 둥글어지고
내 가슴팍에도 묵직하게
물은 깊어지고, 깊어져서 한없어지고 나는 진흙속에
집 한 채를 짓는다
입 안 가득 물을 머금은 창문을 달고
천창을 내어 환한 집
내 손가락 사이마다 짓는 집
파란 우체국 도장이 찍힌 엽서 한장 같은 물결의 무늬
시집 <저녁 굶은달을 본 적이 있다> 창비. 2006